행복한 감성여행



 논리와 이성이 넘치는 세상이다. 성공과 성취를 위해 숨 가쁘도록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덜 행복하다는 하소연이 늘어난다.

 이성적인 답은 언제나 명확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명료한 결과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감성적으로 태어나고 자라서 기계와는 달리 상황에 따라서 늘 가변적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적인 잣대에 적응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현실이 냉엄하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선명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일에 직면하면 인내심이 부족해진다. 이것이 바로 행복으로의 통로를 가로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감성적인 해답은 이성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비논리적이고 역설적인 경우가 많지만 자주 긍정의 힘을 담아낸다. 예를 들어< Beautiful > 이란 단어를< Beauiful >로 쓴 경우 이성적인 분석은< t >가 빠진 오타일 뿐이다. 그러나 감성적인 해석은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  <t 없이 아름답다 >가 되기 때문이다. 실수와 오류가 오히려 상황을 긍정적으로 증폭시키고 확장시키는 이 유쾌한 비논리가 감성의 힘이다. 사회적인 성공에는 이성적인 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을 누리고 확산시키려면 감성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감성여행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보는 법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좀 필요하다.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맛보고, 만지고, 듣고, 맡아보는 것, 오감에 육감을 더해 판단된 정보가 이해되는 행위 모두를 <본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편견을 버리고 온 몸과 마음으로 보아야한다. 또한 답은 늘 여러 개일 수 있다고 전제를 하고 봐야 하며, 있는 그대로 보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다름과 차이를 구별하고, 사람과 사물들 모두가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받아들이고 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세상을 보는 감각이 감성채널과 소통하기 시작한 후에는 말하고 표현하는 창도 다양하게 열어야 한다. 입과 손, 눈과 몸으로 말 하고, 궁극적으로 가슴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본 것과 말하기를 비비고 섞어보면 은유와 역설, 비논리가 감동적으로 어우러지는 시로 그린 그림, 그림으로 쓴 시가 나온다. 이것이 감성여행의 시작이다.

 궁극적으로 감성여행에 행복이 더해지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날카로운 이성은 부드러운 감성과 함께 할 때 비로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과학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예술가들이 많다는 통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가 연상되는 소리와 음악, 변주가 풍부한 재즈, 명상, 난센스 퀴즈풀기, 왼손 사용빈도 늘이기, 특히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몇 줄의 선과 색만 있어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마음을 환하게 움직인다. 미술은 이런 놀라운 힘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울타리를 스스로 넘어서지 못해 복잡해져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따라서 감성을 회복하고 행복해지려면 일단 멈추거나 혹은 느리게 살아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바쁜 일과 중요한 일만 잘 구별해도 대부분 삶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어있다. 서두르고 빨리빨리만 추구하다보면 기다림이 주는 행복한 설렘과 기대감까지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배려와 나눔의 마음도 아주 소중하다. 이기적인 동기든, 연민과 자비의 심정이든 타인에게 주는 마음은, 행복이야말로 나눌수록 커진다는 이상한 산수를 실감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감성으로 가득 찬 유년의 수많은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갈 때 비로소 찾아온다.

 세상 모든 웃음들 이면에는 눈물 아닌 것 없음도 알아야 한다. 큰 성취를 이루려면 작고 소박한 것들로 채워지는 시간도 사랑해야 한다. 이처럼 감성은 쓸모없고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차갑고 고단한 이성적인 세상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난로와 같다.

 꽃은 시든다. 시간의 절대적인 힘 때문이다. 우리들도 이름 하나 가진 꽃이다.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정신의 힘 때문이다. 그래서 창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그린 꽃과 같다. 한번 뿐이 우리의 인생도 행복한 감성이 더해져서, 그린 꽃들이 되어 모두가 오래오래 아름답게 피어있는 문화사회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이 영 철 (화가)
매일신문 <문화칼럼> 2011, 7, 1(금)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5218&yy=20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