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전상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언덕 위 큰 나무처럼 서서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시고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 되어주고

눈보라, 비바람 막아주고

햇살 따가운 날 그늘 되신 분만

스승은 아닙니다

 

옥상에 내어놓은 빈 화분에

소리 없이 찾아와 자란 풀잎

어느듯 3대 째 새끼를 낳고 찾아오는

남문시장 착한 길냥이들도

작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대로 하늘이고 땅이라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스승입니다

 

나를 끊임없이 힘겹게 하던 이도

내개 남의 고통을 헤아리게 해준

밉지만 뿌리칠 수 없는 스승입니다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내 단점을 오히려 토닥여주는 가족

내 슬픔을 대신 어깨에 지고도 웃어주는 친구

내 그림 속에 찾아온 삶의 온갖 희망들

그들은 내게 사랑을 배달해준 스승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수와 셈에 능하고, 상황판단도 빠르고

끊임없이 남의 단점을 손쉽게 들여다보는

고해상도 망원렌즈를 가진

똑똑하고 유능한 선생보다는

사람을 자연으로, 우주로

생명으로 존중해주고

스쳐지나가는 아픔까지 금방 알아채는

빛바랜 돋보기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따뜻한 스승이 그립습니다

 

정치도, 교육도, 종교도, 예술도

한 시대의 잘못을 호되게 호통치고

동북아 이 아름다운 나라, 선한 사람들

그냥 통째로 안아주고

이 도시 발걸음 따라 역사 속으로 흐르는

눈물과 걱정 한없이 사랑하고

이 거리를 스치는 웃음 한 조각 까지

바쁜 걸음 접고 기꺼이 나눌 수 있는

그저, 그냥, 그대로 늘 한 곳에 서 있는

 

우리들의 스승,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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