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여행스케치-6
아프라시압(Afrosiyob) 벽화
사마르칸트가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명확하게 각인시킨 것은, 현재의 사마르칸트 동북쪽에 위치한 구도심지역 아프라시압 왕궁터 발굴 과정에 드러난 벽화 덕분이다.
각 11미터 4개벽면 총 44미터 초대형 벽화를 통해 동서무역을 장악하며 특히 7C에 번성했던 인도유럽어족 이란계민족 후손으로 추정되는 소그드(Sogd)인들의 종교, 의례, 정치, 외교, 문화, 신화 등 세계관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외교가 묘사된 서벽의 세계각국의 사절단 중에는 무려 6,0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온 고구려인의 모습이 러시아와 일본 고고학자들에 의해 먼저 확인되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가 교육부 소속 동북아역사재단을 만드는 등 정부차원에서 아프라시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늘 꿈에 그리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마침내 그 가슴뛰던 소원을 풀고 벽화의 기법과 채색, 세부묘사까지 샅샅이 살피며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프라시압은 '아프라시아브', '아프라시욥' 등으로도 불리며 구글 나무위키에는 어원이 이란의 영웅 서사시에 등장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빌런인 투르크계 왕의 이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afro(위), siyob(강이름)으로 '시압강 위의 마을'이라 한다. 아프라시압이 주변보다 10~20미터 높은 언덕이다보니 주변강을 끌어들여 식수원을 해결하며, 왕궁과 마을을 형성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해석이 더 공감이 간다.
그런데 벽화에 그려진 것 처럼 당시 세계의 중심에서 영원한 번영을 누릴줄 알았던 왕국이, 징기즈칸의 침입을 받아 한순간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처절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상상하니 인간이 이룬 모든 것은 그저 무상(無常)하다는 말이 가슴에 깊이 내려앉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사마르칸트 구도심의 유적이 전통적인 세계 중심도시로서의 자부심과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시설에 이 지역 명칭을 즐겨 사용한단다.
타슈켄트 북역에서 타고왔던, 사마르칸트를 경유해 부하라가 종착지인 고속열차 이름이 '아프라시압'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제 좀 더 서진해서 옛 부하라왕국의 시간들을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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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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