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전하다

-환쟁이 이영철에게

 

 흐르는 꽃잎을 들고

 너는 자꾸 길을 물어본다

 혼자 기다리는 나무와

 짐승처럼 기다림끼리 모여선

 숲으로 들어가서

 너는 어깨를 대어보고

 그 기다림의 높이와 흔적을 따라간다

 인연은 봄꽃같고

 사람의 얼굴과

 바람의 얼굴과

 하늘의 얼굴을 너는 혼자 쓰다듬는다

 네 손 끝에 뒹구는 땀방울이

 붉은 강물로 찰랑이는 모든 언덕에서

 네 속의

 네 속의 속의

 꽃들이 바람들이 짐승들이

 너를 향해 서서

 우리를 어디로 떠나보내려 하는지

 너에게 자꾸 길을 물어본다

 

 문형렬 (시인, 소설가)

 

 

 이영철의 회화: 소싯적(小時的) 감성의 회화적 발현

 

작가의 작품창작과정 중 상상적이자 구상적인 과정은 그것의 표현적이자 물질적 구체화보다 앞선 행위이자 선행하는 예술적 과정이다. 따라서 이는 이후 그 과정의 결과물로서 작품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한다. 그런 만큼 작품의 성격뿐만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가치판단의 기준도 이에 달려있음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역설적으로 표면화된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 작가의 예술적 경향과 성격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적 태도이자 관점 및 그 의중을 판단할 수 있다.

최근에 제작되고 있는 이영철의 작품은 소싯적(小時的) 감성의 회화적 발현을 전제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볼라치면 거기에는 작가가 그간 어릴 적부터 성장해 화가로 활동하는 지금 시점까지의 경험과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회화적 발현을 위한 이러한 각각의 경험적인 소() 도구들은, 따라서 그의 회화적이자 예술적인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곧 그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축적해온 갖가지의 예술적 소재(素材)들은 예술적이자 회화적 표현의 주된 매체로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내 감성의 창은 늘 슬프고 나약한 것들에게로만 열려 있었다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면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감정의 편린들을 속일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작품적 소재의 편린들이 그의 작품 제작에 있어 늘 긍정적인 요인들로 만 작용하거나 군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척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독 이러한 점과 관련해 이영철은 그 경험적 소자들을 감성이 충만했던 사소하지만 중요성과 의미를 부여받을 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소자들을 바탕으로 현재적으로 한층 고양된 행복한 그림들을 제작하고 있다. 작품의 명제로 채택된 달과 섬’, ‘꿈꾸는 시절’, ‘붉은 수탉’, ‘나 잡아 보이소!’, ‘퍼뜩 오이소등의, 마치 시적(詩的) 언어를 연상케 하는 언어적 배열들은 마치 우리의 감성을 유소년적 시절의 감성으로 이끄는 마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하고 감성이 충만했던 그 시간들을 회화적 구상력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마치 나이를 먹어가면서 잃게 되는 순수를 지키기 위해 노력이라도 하듯, 그렇게 한갓된 예술이라는 관념조차도 버리고 그 스스로 현실 속 선명하게 보이는 회화적 영상들을 회화화 하고 있다. 그는 그가 보고자 하는 존재의 작고 따스한 세상을 관조함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타고 판타지로 날아오르는회화를 구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회화적이자 예술적인 결과물은 그가 여전히 철없던 어린 시절의 감성에 기대어 건져 올린 나약한 소재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가치한 비현실의 늪을 헤매는 그림이 아닌’, ‘잃어버린 자연을 복원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된 작가 자신의 마음속에 원래 내재해 있던 동화 같은 마음을 되찾아 나선 것들이다.

그렇게 이영철은 순수한 동심과 해학이 담긴 소시민의 사랑과 희망에 관한, 작은 꽃처럼 향기 나는 이야기들을 흥겨운 마음으로 하나 둘씩 세상 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에 열중하고있는 작품을 회화화(繪畵化)하고 있다. 세상의 화려함을 인간의 행복과 결부시키면서…….

 

 홍준화(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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