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큰 아픔을 겪으신 김선굉선선생님...함께 한 시간들이 결코 짧지 않기에 선생님의 고통이 우리들에게도 참 크게 내려앉습니다. 이번에 만인사에서 선생님 시집을 묶어낸다기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몇 점 그려보았습니다..()
호견나무
지난 가을 부안의 한 모텔에서
박진형이 호견나무 이야기를 했다.
백년을 땅 밑에서 묵묵히 자라다가,
땅 위로 이마 내밀면 하루만에 백길을 자라
나무의 왕이 된다고 했다.
이영철에게 얼른 호견나무를 그리라 했다.
이영철은 내가 내민 시집의 빈 여백에다
호견나무를 쓱쓱싹싹 그렸다.
인도에 이런 신기한 나무가 있다는데,
아무도 본 자가 없다고 했다.
그런 나무가 어디 세상에 있겠는가,
그 나무는 돈오의 한 순간을 보여주고는
홀연히 숲을 빠져나가는 시간이다.
그걸 그리라 한 나나,
그걸 웅크리고 앉아 그리는 놈이나
생전에 호견나무를 만나기는 영 글렀다.
만인시인선 32
김선굉시집
<나는 오리할아버지>
28쪽
호견나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