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 그림을 만나다 2022
화가 이영철-1
Don′t look up
A. 영화에 대한 생각
세상은 무상(無常)이다. 만난 것은 헤어지고, 모은 것은 흩어진다. 쌓은 것은 무너지고, 생긴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 우리가 이 명백한 사실을 직시(直視)하지 못하는 까닭은, 에고(Ego)가 지배하는 욕망 때문이다. 온갖 물질적 욕망이 범람하는 자본주의 세상을 밑그림으로 삼은 <Don′t look up>은 구조가 단순하고 진행이 명쾌하다. 직업적으로 진실을 올려다보는 것이 숙명인 천문학자와 지구방위 합동본부장에게는 세상이 갑자기 종말로 치닫는 전쟁터이고, 민중 지배와 기업 이익을 목적으로 대중의 욕망을 선동하고 왜곡시키는 계층 및 거기에 놀아나느라 진실을 외면하는 이들에게는 사회가 여전히 환각의 놀이터일 뿐이다.
이 기묘한 이분법의 세계는 매우 경쾌하고 희화적으로 거침없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서늘하고 충격적인 종말을 맞이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역사적으로도 늘 제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의 외침에 대해 영화 속 풍경처럼 반응하고 살아오면서도 용케 멸종하지 않고 버틴 종(種)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절망과 허무가 아니다. 화가는 두 측면에서 멸종을 바라보았다. 먼저 영화처럼 외부적인 대재앙에 의한 지구생명체(Earthlings) 전체의 소멸이다. 또 하나는 인간 개개인의 내부적 죽음이 초래하는 소멸이다. 개인의 죽음이야말로 세상의 소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는 죽음이라는 혜성과 언젠가는 반드시 충돌한다. 이 영화는 외부적인 대재앙에 의한 멸종이든, 개인 내부적인 요인에 의한 소멸이든, 어차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무상을 직시하면, 주어진 시간 동안 ‘지금, 여기’(hic et nunc) 살아 있음이 감사하고, 헛되게 낭비하는 순간들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겨 보게 한다.
이처럼 무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게 하는 힘은 어김없이 사랑과 닿아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아가다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최후는 케이트의 말처럼 후회도 없다. 사랑(愛)한다는 뜻에는 너를 ‘아낀다’는 의미와 상대방을 ‘알게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아끼는 사람 대신 물건을 들어주고, 함께 걸어주고, 상처받지 않게 배려한다. 챙겨줘야 할 약도 알게되고, 유별난 습관, 숨겨온 상처와 약점도 알게 된다. 그래서 더욱 그를 아껴주는 것이 사랑이다. 그토록 경황이 없던 속에서도 토크쇼 진행자 브리와 성적 욕망에 함몰되었던 민디교수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아내와 아이들이 머물던 집으로 돌아가 용서를 받은 후 담담하게 식사를 나누고 온화하게 최후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참사랑 덕분이다.
모든 것이 무상한 세상 속에서, 에고가 지배하는 욕망의 숲을 지나서 참 자아를 만나는 지점에 도달해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랑은 꽃과 같다. 이 꽃은 언어와 문자로 설명되는, 혹은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꽃 너머에 있다. 욕망의 꽃은 무심하게 시들지만, 참 나의 꽃은 지려고 피는 꽃이 아니다. 그냥 피려고 피는 꽃이다. 무상을 정면으로 올려다보며 나에게 시시각각 달려오는 혜성을 맞이하자. 그래야 남은 생의 시간들도 그냥 그대로의 꽃으로 피어날테니까.
B. 작품에 대한 설명
작가/ LEE, Young Cheol
명제/ 무상화(無常花)-Ego 유희(遊戲)
규격/ 117cm x 73cm
재료기법/ Acrylic on canvas
연도/ 2022
화면 위 혜성의 이미지
생겨난 모든 것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무상의 세계를 표현
2. 얼굴 없이 입만 있는 인물들
대통령 제이니, 비서실장 올린, CEO 피터, 방송인 브리와 pd 등 권력, 명예, 금전, 성욕, 식욕 등등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권력자들의 영혼 없는 외침을 상징함
Don′t look up의 생산자
3. 화면 제일 아래 회색 인물 군상
정치가, 기업가, 미디어 등 사회 지배층의 의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Don′t look up의 광 신소비자 집단을 형상화
4. 권력자들 머리 위의 사람들
숙명적으로 진실을 정면으로 올려다보는 사람들. 현실을 직관하고 경고와 절규, 호소와 분노, 좌절과 희망도 넘어서 참사랑으로 회귀하는 케이트, 민디, 오글소프박사 형상화
5. 배경화면의 푸른 우주와 빛나는 별
혜성과 지구의 충돌이 초래한 대멸종과 상관없이 우주는 여전히 깊게 푸르고,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다. 삶과 소멸을 초월한 절대무상 세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함
C. 결론
한 사람이 하나의 세상이다. 그 세상은 무상하기 때문에 태어난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혜성이 날아온다. 우리의 유한한 시간 속에는 영화처럼 look up과 Don′t look up의 삶이 교직된다. 그러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거기에 따른 결과는 그 사람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모든 인간은 생의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혜성의 최초 발견자가 될 것이다. 부디 그 발견과 충돌 사이의 시간이 참 사랑꽃 한 송이 피울 틈도 없을 만큼 너무 짧지 않기를... 그래서 늘 Don′t look up을 경계하는 마음을 그림 속에 담고자 했다

 
명제/ 무상화(無常花)-Ego 유희(遊戲)&amp;nbsp; 규격/ 117cm x 73cm&amp;nbsp; 재료기법/ Acrylic on canvas&amp;nbsp; 연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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