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가가 황망하게 떠나고 오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화가 김향금이 그를 위해 쓴 한 권의 책과
71명의 그림판 동료 선후배들이 함께 한 전시회를 통해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로 돌아왔다.
마치 한 마리 황소처럼 우직하게 화단의 겉치레들을 온 몸으로 떠밀어대며
화가는 말 그대로 오직 <그림 그리는 사람>이란 지극히 당연한 메시지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던 그가 그리워 모두 모여든 이 연말이 참 따뜻하다.
이번 전시는 떠난 한 화가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아니다.
그는 떠났어도 여전히 맑은 예술혼과 뚝심으로 우리를 불러모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 것이고...
결국에는 세상 사람들 모두를 그의 작품 앞으로 불러모을 것이다.
전시장 방명록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이름만 적고 돌아와
화가 정관훈과 겹쳐지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부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