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힌의 카흐라몬 씨
사마르칸트를 출발해 나보이를 거쳐 부하라까지는 268km정도 된다. 실크로드 상인들이 가던 이 미르바자르 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무작정 차를 세워 들린 마을이 차르힌이다.
낯선 이방인이 마을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경이 하다가 사진을 찍으려 하면 또 웃으며 우르르 도망을 간다.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도 표정이 관대하다.
통나무로 대충 엮은 전봇대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얼룩소가 평화롭다. 마을 풍광을 스케치하던 중에 아주 친절한 주민 카흐라몬씨의 초대로 빵과 차, 보드카까지 진심어린 대접을 받았다.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이며 아버지보다 상석애 앉힌다'는게 이들의 풍습이란다.
카흐라몬 씨는 러시아에서 돈을 벌어 귀향해 4천 5백평의 땅에 양과 소 등 가축을 기르며 24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멋진 가장이었다.
돈 앞에서 자주 인간을 내던져버리고 괴물이 되기도 하는, 내가 온 세상을 돌아보았다.
그의 막내 손자를 안아보며 카흐라몬 씨의 이방인을 조건없이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야말로 이번 여행에 신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임을 확연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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