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달맞이
늦은 밤 휘청거리는 골목은
어두운 하늘로 열려 있고
그 속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눈썹달 울고 있다.
아...갑자기 아부지 생각난다.
산처럼 크고 바위같이 굳세던 당신
그래서 엄하고 무서운 분으로만 느껴지던
일곱 살 어느 새벽
잠결에 꿈인 듯 아부지가 우셨다.
아홉 살이나 어린 어머니 손 꼭 잡고
술 취한 아부지가 참으로 크게 목 놓아 우셨다.
친구가 죽었다고
참으로 아까운 친구가 떠났다고...
그 후 당신도 친구 곁으로 가버리시고
어느새 나도 아부지 나이가 되었는데
그 날의 혼란은 지금도 나를 어지럽게 한다.
여전히 꿈처럼 그 꿈이 이 꿈인 듯
이번에는 내 친구가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아부지처럼
집으로 돌아가 울지 못했다.
그냥 탁주 집 한 모퉁이에 정물처럼 앉아서
혼자 울었다.
내 아이가 내일 또 한참 내일
어느 해 어느 날 혹시나
친구를 보내며 느닷없이
아부지를 그리워하는 일 다신 없도록
독약 같은 슬픔 술잔에 타서 삼키고
점점 희미해지는 눈썹달에 올라
출렁이는 시간의 능선을 따라
그냥 말없이 집으로 갔다...